북한말 일기 공모전 출품예정

 

 

 

주체109(2020)년 11월 11일 날씨 말금

아침나절부터 보위부 사람들이 온다 했다.

집구석을 쓸고닦고 장군님 액자에 붙은 불경한 곰팡이를 지우느라 고조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전투적으로 걸레를 문대는 중에 배가 살살 아픈 거이, 엊저녁에 먹은 강냉이죽이 시큼한 것 같더만 탈이 났지 싶었다. 변소칸서 비쩍마른 변부터 쌌다.

기런데 하필 고 새에 보위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아니 어떤 놈이 감히 장군님 존영을 땅바닥에 내려놨냐”면서 붉으락푸르락 역정부터 내는 것이 아닌가.

마치 냉면가락 반만 삼키고 헛구역질하는 위원장 동지마냥 멱따는 소리가 났다.

그 바람에 똥끊고 우당탕 나와서 내래 “아이구 보위원 동지, 아니올시다 혁명적으로 닦아서 다시 곱게 걸어놓으려고 했소이다” 기랬다.

그런데도 후라이까지 말라면서 뭐 반동분자가 어떻니, 혁명정신이 부족하니 염병을 떠는 것이었다.

내래 속으로 ‘야 이거 종간나새끼들한테 잘못걸렸구나, 까딱하면 교화소 끌려가서 물리적으로 자아비판당하겠구나야’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저녁간에 쌀사려고 놔둔 돈 꺼내다가 보위원 주머니에 찔러줘버렸다.

보위원 표정이 대번에 기쁨조 궁뎅이 쓰다듬는 위원장 동지마냥 환해졌더랬다.

보위원들은 “허허 일 없시요 동무, 당중앙을 향한 헌신에 결연히 감사하오” 하고는 미제 승냥이놈들 때문에 나라에 철이 모자란다며 집에 있는 쇠붙이를 죄 긁어갔다.

보위원들이 물러나니 마누라가 ‘아니 몇대 맞고 오면 될걸 어쩌자고 그 돈을 줬냐’며 바가지를 긁었다. 기래, 육시럴 내가 종간나새끼다.

죄진 놈이 집구석에 있을 수도 없고 미꾸리라도 낚을 심산으로 냇가에 나왔다. 기런데 또 사대가 맞았는지 팔뚝만한 메기가 걸렸다.

내래 의기양양해 집에 돌아가 마누라 앞에 턱 내놓고,

“임자, 이 놈으로 고조 튀김이나 해먹읍세다” 했다.
아니 기런데 집에 기름이 없단다.

그러면 찜으로 하면 되갓디 했다.
보위원들이 솥을 뜯어갔단다.

기카믄 구이를 하자고 했다.
그래도 땔감이 없단다.

울화통이 터진 나는 냇가로 달려가 메기를 도로 내던져버렸다.

죽다 살아난 메기가 신이 나서 텀벙댔다.
그러더니 오른쪽 지느러미를 척 쳐들곤 상기된 표정으로 외쳤다.

“강철담력의 영웅 김정은 수령동지 만세!”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Post Author: 김 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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